앞서 올린 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교통사고 처벌규정 간편 정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교통사고에 있어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교통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데,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사(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12대 중과실 등 사고에 해당되어 피해자 의사와 관계 없이 처벌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피해자와의 합의 등 '피해복구 노력'을 하면 형량 감경사유로 반영된다.
먼저, 앞의 글에서 올렸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처벌 구조' 도표를 다시 한번 올려 보면 아래와 같다.
교통사고는 대부분 '쌍방과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금 부담에 있어서는 보험사 간의 협의로 과실 비율을 따지게 된다. 그런데, 형사처벌 관련해서는 "가해 몇 %, 피해 몇 %"로 되지를 않는다. 경찰은 교통사고 조사를 할 때에 어느 쪽이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 발생에 더 책임이 있는가를 '기계적으로' 보고 가해 운전자와 피해자를 구분한다. "상대편이 사고를 유발했다", "아무래도 보험사기 혐의가 있다"던가 하는 주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교통경찰은 그저 교통법규 위반 부분만 보는 것이다.
교통경찰의 조사 단계에서 일단 '가해 운전자'가 되면 일이 복잡해 지기 시작한다. '형사처벌' 여부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 12대 중과실 사고도 아니고 (2) 종합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으며 (3) 피해자에게 생명의 위험이나 불구/난치 질병 등이 발생하지 않으면 '가해자'이더라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즉, 처벌대상이 아니다). 경미한 사고는 대부분 여기에 해당되고, 이 경우에는 보험사가 알아서 치료비와 수리비를 처리해 주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필요 없다. 하지만, 자칫하면 12대 중과실 등 사고에 포함되어 있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앞지르기/끼어들기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교통사고를 이용한 사기는 '가해자'가 처벌 대상인가 아닌가와 별 관계가 없다. 우선, 공소권이 없어 처벌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합의와 합의금 지급이 필요 없지만, 사기범이 '피해자'임을 내세워 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고 보험사로부터 일실이익 등에 대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다. '피해자'가 부상을 주장하면 보험사로서도 막아낼 방도가 별로 없다. 보험사는 치료비 지급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치료비 청구인가를 보기는 하지만, 그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사이드미러 끝이 살짝 접촉하는 것처럼, 도저희 '부상'이 발생할 수 없는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억울해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정작 판결문에서는 "사고가 나면 일응 부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부상이 있었다면 정신적인 피해가 있었으므로 그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함이 마땅하다"는 식으로 된다. 한때 경미한 사고와 관련한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마디모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고 국회에서 거론된 이후로는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공소권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가해 운전자'가 처벌받는다거나 합의금을 줄 필요도 없더라도, 대인사고 기록으로 인해 보험료가 크게 올라갈 수 있는 점이나, 벌점으로 인해 면허가 정지될 수 있는 점 등을 이용해 돈을 뜯어낼 수도 있음은 물론아다.
12대 중과실 등에 해당되면 교통사고 사기범의 '먹이감'이 되기 쉽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되도록 되어 있지만, 가해 운전자로서는 피해자가 "피해를 금전적으로 보전받았으니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주는 게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호위반이나 중앙성 침범 등 12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하지만, 합의금을 주면 그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해 주겠다는 식의 요구도 물론 가능하다.
아무튼, 교통사고에 있어서 '피해자'는 거의 모든 경우에 부상을 주장하며 대인사고 신고를 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일반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틈을 타서 사고를 내고 돈을 뜯어내는 교통사고 사기의 '선수'들은 이러한 틈을 이용하는 것인데, 아무리 '사기'라는 게 뻔히 보여도 방어하기가 정말 어렵다. 상식적이고 선량한 운전자 간에 발생하는 경미한 사고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일반인이 잠시 방심하는 틈을 타서 사고를 유발하고 보험제도의 '구멍'을 이용하거나, 형사합의 등을 빙자해 등쳐먹는 사기꾼들은 여기 저기 숨어 있다. 교통법규는 사소한 것이라도 철저하게 준수하고 방어운전을 생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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