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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노동조합 회계자료 제출 의무 법률 규정과 실효성 여부

by 성공의 미학 2023. 2. 20.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둘러싸고 정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와 이에 대한 노조의 거부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와 노조가 내세우는 명분 내지 논리는 모두 노동조합법에 근거하고 있는데, 같은 법과 조항을 두고 양측이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맞는지 일반인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실제 법률규정은 어떻게 되어 있으며 어느 쪽이 좀 더 설득력 있는지, 실효성은 있겠는지 등을 짚어 본다. 

 

1. 관련 법률 규정과 양측 주장의 핵심내용

우선, 노동조합의 회계자료 제출과 관련된 노동조합법(정식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규정을 정리해 도표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노동조합법 관련규정 개요)

 

이상의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노조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이슈 내용 정부 입장 노동조합 입장(*)
회계자료 제출의 필요성 노조의 운영 상황에 대한 조합원들의 알권리 보장 필요 회계자료 제출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
회계자료 제출 요구의 정당성 여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 및 비치하도록 명시한 노동조합법 14조 의무 이행 점검에 해당 노조 내부 운영에 법 위반 등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제출을 요구함은 위법 부당

(*) 상기에서의 노조는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노조를 전제로 함.

 

2. 법률규정상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지?

일단, 노동조합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회계자료'라고 함)를 작성 및 비치해야 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고, 노동조합도 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러한 회계자료를 정부에 제출할 필요가 있는지, 정부의 제출요구가 정당한 것인지가 대립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먼저, 회계자료 제출 자체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그리 설득력이 높지 않다. 노동조합은 회계자료를 '작성 및 비치' 해야 하고(제14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열람'하도록 해 주어야 하며(제26조), 행정관청이 요구할 때에는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제27조), 만일 자주성 침해가 문제된다면 애당초 노동조합법에서 회계자료의 작성과 공개,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노조 내부 운영에 법 위반 등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제출을 요구함은 위법 부당하다"는 논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사실상 순환론의 함정에 빠져 있다. 왜냐하면, 법 위반 등의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먼저 회계자료부터 보아야 하는데, "위법하지 않으므로 보여줄 수 없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회계자료를 제출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해 노동조합이 거부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의 규정으로 볼 때 근거나 설득력이 별로 없다.   

 

3. 정부 압박의 실효성 문제

정부가 노동조합의 자금운영 투명성을 내세우며 회계자료 제출을 압박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조합원 수 1천명 이상의 단위노동조합 및 연합단체 334개를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자료를 제출한 노동조합의 비율은 36.7%였다고 한다. 즉, 전체의 2/3에 가까운 63.3%의 노동조합은 정부의 요구에 따르지 않고 자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의 압박이 잘 먹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조합법상 정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응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한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노동조합에서 이의제기 등을 통해 다툴 수 있어 즉시 집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사실상 큰 영향은 없다. 이러한 노동법상의 규제 외에는, 정부가 노동조합에 지급하여 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지원금의 축소나 중단은 과태료보다 훨씬 큰 압박이 되겠지만, 이것도 노동조합이 감수하겠다고 하면 제재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결국, 노동조합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하는 정부의 목표는 노동조합법 개정이 이루어져야만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데, 여소야대의 현 정국에서는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회계장부 제출을 둘러싸고 정부가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것은 당장 커다란 타격을 입힐 수 있어서라기 보다는 향후의 노동개혁 추진에 앞서 개혁의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려고 하는 '기싸움'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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