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제품 아이디어를 베껴 제품을 만들고 CES에 출품까지 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롯데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기업과 접촉하고 시제품을 본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윤리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 해당기업과 접촉한 사실은 팩트로 인정
문제가 된 제품은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인 '뉴트리션 엔진'으로,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넣으면 사용자의 필요에 맞추어 정해진 양만큼 배출해 주는 기기라고 한다. 스타트업 기업인 알고케어의 주장은 2021년 9월 롯데가 투자와 사업협력을 제안하면서 자사가 개발 중인 시제품을 보고 갔다는 것이다. 이후 롯데에서는 알고케어에 라이선스 비용을 주고 롯데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기를 원했지만, 제품개발 회사인 알고케어가 자사 브랜드 부착을 포기하지 않음에 따라 협상이 결렬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와 접촉한 것은 맞다"고 하면서도, "영양제 디스펜서는 이미 해외에서 널리 쓰이는 일반적인 아이디어일 뿐이고 모양도 기능도 서로 다르다"고 하고 있다. 알고케어와 접촉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고케어의 제품과 모양이나 기능이 다르다"고 하려면 알고케어의 제품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베꼈는가의 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양사간의 접촉과 협상 경위에 대해서는 알고케어의 주장이 맞을 것이다.
'선수'들끼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디어와 기술 모방/복제 가능
이와 관련해서, "롯데헬스케어가 시제품을 보기만 한 것 같고, 모양도 기능도 서로 다르다고 하는데 베꼈다고 하는게 말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각에서 시장을 해석하고 접근하는 발상의 착안점과 아이디어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의 기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그 자체가 진입장벽이 되는 경우는 오히려 많지 않고, 작동하는 방식만 알면 그 제품의 내용을 금방 알 수 있다. 모양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기능은 약간만 변형하면 된다. 특히,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우수한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시제품을 본 것만으로도 동종의 유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소기업이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면 대기업들이 투자와 제휴를 무기로 협력을 제의해 올 때가 많다. 그런데, 실제로 협력 관계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인다.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은 주도권을 놓고 싶어하지 않고,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자금력과 경쟁력을 내세우며 소위 '날로' 먹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이해관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에서 "어느 한 쪽만이 옳다, 그르다" 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중소기업이 자금과 인력 등의 열세를 극복하고 어렵게 개발한 제품과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이 그 가치를 존중해 주는 업계 풍토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시사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BBC 특파원의 냉혹한 일본 평가-과거에 갇힌 일본 (1) | 2023.01.26 |
---|---|
일본의 사상 최대 무역적자-엔저와 저금리 문제 (0) | 2023.01.19 |
일본항공(JAL) 기내식 사전취소 서비스와 환경 보전 (0) | 2023.01.18 |
일본 전일본공수(ANA) 주 2일 근무제 도입- 내용과 의미 (0) | 2023.01.16 |
서울시 김포-용산 에어택시 도입 계획-기대와 우려 (0) | 2023.0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