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일본공수(ANA)가 2024년부터 주 2일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주 2~3일만 근무하는 탄력근무제를 운영해 왔는데,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종전 근무체제로 전면 복귀하는 대신, 근무일수를 축소하는 탄력근무제를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목만 보면 대단히 파격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내용상으로는 휴직과 정상근무의 중간 형태를 일부 객실승무원에게 허용하는 정도라고 생각된다.
1. 전일본공수는 일본항공(JAL)보다 큰 일본 내 최대규모 항공사
일본의 항공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일본항공이지만, 현재의 항공사 규모는 전일본공수가 더 크다. 역사적으로는 일본항공이 가장 먼저 설립된 일본의 대표 국적항공사였고, 사업규모도 전일본공수를 늘 앞서 왔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영부진에 시달리다가 2010년 도산하였고, 회사갱생법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후에 가까스로 회생할 수 있었다. 일본 1위의 자리를 전일본공수에게 빼앗긴 것은 바로 그 시기, 2010년부터였다. 그리고,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양사간의 매출액 규모 차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일본항공은 국제선의 비중이 전일본공수보다 큰 데, 코로나19의 영향을 국제선에서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전일본공수(ANA) | 구 분 | 일본항공(JAL) | ||
2009. 3월 결산 | 2022. 3월 결산 | 2009. 3월 결산 | 2022. 3월 결산 | |
1조 3,925억 엔 | 1조 203억 엔 | 매출액 | 1조 9,511억엔 | 6,827억 엔 |
-42억 엔 | -1,849억 엔 | 순이익 | -631억 엔 | -1,775억 엔 |
* 2022. 3월 결산기(2021.4월~2022.3월 회계년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양사 모두 매출액 및 순이익이 부진하였다.
2. 전일본공수 주 2일 근무제의 주요 내용
이번에 보도된 주2일 근무제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대 상 자 : 일본에 거주지를 둔 승무원(전체인원 8,500여 명. 통상 '조종사'라고 불리는 운항승무원은 포함되지 않고, 객실승무원만 대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 시행시기 : 2024년부터
- 적용범위 : 주 2일 근무제를 신청한 승무원 가운데 적용 대상자로 선정된 직원 (* 미리 상한선 설정 예정)
- 적용기간 : 대상자별 1년
- 적용방식 : 해당기간 중 승무원의 근무스케쥴 편성시 주 2일만 근무하도록 편성. 본인이 선호하는 특정노선에서만 승무하는 것도 가능 (* 항공사 승무원들의 근무스케쥴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편성되므로 대상자로 선정된 승무원에 대해 주 2일만 근무하는 것으로 조건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됨.)
3. 주 2일 근무제의 의미와 파급영향 전망
이번에 발표된 전일본공수의 주 2일 근무제는 (i) (객실)승무직 직종에 한하여, (ii) 본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iii) 사업운영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미리 정해진 인원 수를 한도로 (iv) 1년간 주 2일 근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면적인 주 2일 근무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고, 파격적인 내용이라기 보다는 정상근무도 아니고 휴직도 아닌 상태의 '변형된 탄력근무제' 내지 '본인 희망에 기초한 단축근로제'라 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재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까 하는 점을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승무원들은 항공법에 월 승무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객실승무원의 경우 보통 월 75시간~90시간 정도 탑승하는데, 거리가 짧은 국내선에 탑승하느냐, 거리가 먼 국제선에 탑승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월 12일 내외의 근무일 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렇게 본다면, 주 2일 근무제라고 해서 현재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 승무원의 급여는 기본급 외에 승무시간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수당이 비중이 크다. 주 2일 근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기존의 급여체계를 전제로 한다면 근무일수가 감소하는만큼 급여가 하락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이 제도 자체는 순수하게 승무원의 복지나 여가시간 확대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회사의 인건비 절감 목적과도 연계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전일본공수(ANA)에서 도입하겠다고 하는 주 2일 근무제가 일본,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지는 지금으로서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생각보다는 혁신적인 측면이 그리 크지 않고, 적용대상도 상당히 제한적일 뿐더러, 인건비 절감을 원하는 회사(전일본공수)와 휴직은 싫지만 육아/투잡 등 개인적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 단축을 희망하는 승무원이 주 2일 근무로 절충하는 듯한 성격이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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