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한 여성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남성으로부터 4억원이 넘는 거액을 사기당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홍콩 거주 사업가라는 사람과 개인쪽지(DM)를 통해 친해진 후, 그 사람으로부터 코인 투자를 권유받아 돈을 건넸는데, 그것이 모두 사기였다는 것이다. 비슷한 피해 사례가 더 있다고 한다. 남의 이야기로만 들으면 "왜 그런 사기를 당하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사기꾼은 남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사기를 치기 때문에 '사기꾼'일 수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심지어 개인경력 관리와 직장/직업 관련 내용을 주로 하는 링키드인(Linkedin)에서도 서로 모르는 제3자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한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판단해 보면, 단순한 '친구맺기'나 '팔로워' 정도가 아니라 개인쪽지(문자/메신저)를 통해 소통을 시도해 오는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매우 정형화되고 일정한 "사기적 패턴"이 있다.
- 거의 대부분 동성이 아닌 이성으로부터 온다.
- 살고 있는 곳은 일본, 홍콩, 미국 등 외국이다.
- 결혼 여부는 미혼(single)이 압도적이다. 아주 드물게 '이혼'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혼자 산다고 적어 놓는다. (접근해 오는 사람 중에 '기혼'은 없었다.)
- 프로필 사진으로는 매우 아름다운 미모이다. (※ 나의 경우는 상대방이 여성이었지만, 여성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아마도 멋있고 잘 생긴 남성으로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SNS의 프로필이나 게시물에 올려 놓은 이름과 사진, 직업 등이 "사실"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개인쪽지를 보내온 것도 여자로 되어 있기는 했지만, 남자가 여자를 사칭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많은 경우에 자신이 사업을 하고 있으며,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싶다거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한다.
- 한 번 문자가 교환되면, 끊임 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 지금 뭐 하냐", "식사는 했냐", "오늘은 어땠냐" 등으로 시작해서 나의 관심사와 개인 정보를 알아 내려고 한다.
- 조금 대화가 진행되었다 싶으면, 자신이 하는 일이나 봉사활동에 대해 설명을 하고,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사기를 치는 자들은 상대방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개인별로 구체적인 스토리가 다를 수 있지만, 진행되는 패턴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한 가지 놀란 사실이 있다. 나의 눈에는 이미 '사기꾼'이라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그런 사람과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 그 중에는 나름대로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전문 직업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근에 겪은 일을 설명해 보면 이렇다. 미국으로 입양되었다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여자가 페이스북 '친구맺기'를 통해 접근해 왔다. 일단 큰 문제가 없어 보여서 '수락'을 했는데, 개인쪽지로 보내온 내용이
(1) 처음에는 미국에 입양되어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고, 미군에 입대해서 장교로 복무하고 있다고 했다가,
(2) 그 다음에는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 사진을 올리며 병원에 일자리를 새로 얻었다고 하더니,
(3) 세 번째에는 시리아 병원에 파견되어 왔는데 기부금이 있으면 내전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기부금이 아쉽다는 이야기로 계속 달라졌다. (※ 미 여군 장교를 사칭하면서 "시리아에 파병나와 있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사기를 쳐서 한국 남성이 피해를 입은 사례는 이미 몇 년 전에 보도가 된 적이 있다.)
이 단계에서 '사기꾼'임이 명백해져 친구관계를 바로 끊었는데, 얼마 후 다른 이름으로 다시 '친구맺기'를 요청해 왔다. 프로필 속의 사진이 익숙해 보여서 잘 살펴보니 똑같은 자가 이름을 바꾸고 새로 접근해 온 것이다. 이것도 차단했더니 또 다른 이름을 만들고, 이번에는 페이스북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름을 세 번 바꾸고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꾸며 접근해 왔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 놓은 사진이 모두 "복사-붙여넣기"한 것이라 동일한 자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상당히 집요하게 접근을 해 오기에 그 자의 페이스북 친구 중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살펴보니,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직도 꽤 많은 사람들이 친구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추정컨대, 친구로 남아 있는 그 사람들과도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기꾼들은 상대방의 약한 고리를 파악해서 공략하는 법을 잘 알기 때문에 피해자 쪽에서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한 "꾼"들의 눈으로 보면, SNS 세계는 정말로 사기 칠 상대방이 거의 무한대로 깔려 있는 "물 좋은 시장"이다. 보이스 피싱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입수하고 말도 적잖이 해야 하지만, SNS에서는 그런 노력도 별로 필요없이 적당한 "작업대상" 물색하고 자판 두드리면서 접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더군다나, 미모의 사진 또는 (여성이 대상이라면) 멋진 사진을 프로필과 게시글 등에 올려 놓고 경력과 학력도 그럴 듯하게 써 놓으면 보는 사람도 혹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SNS에서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개인적으로 알거나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면 '친구맺기'나 '1촌 맺기' 등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괜찮아 보여서 인적 관계를 맺더라도, 상대방이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개인쪽지를 보내 접촉을 계속 시도하면 관계를 바로 차단하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SNS가 보편화되면서, 우리 모두가 사기의 잠재적 피해자가 되어 버린, 그런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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