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가 세계 최초로 전동 킥보드 대여사업을 중단시킨다. 파리시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가 도입되었는데, 존폐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89%라는 압도적인 비율의 주민이 폐지에 찬성함으로써 도입 5년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라임(Lime)과 도트(Dott), 티어 모빌리티(Tier Mobility) 등 3개사가 운영하는 1만 5천여대의 전동 킥보드가 오는 9월 1일부터 파리시내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다만, 언론보도 내용으로는 "대여용 전동 킥보드(electric kickboard rental service)"가 금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 소유의 전동 킥보드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1. 전동 킥보드 금지 배경
파리시가 대여용 전동 킥보드를 퇴출시키기로 한 것은 안전사고 증가 때문이다. 2018년 도입 이후 전동킥보드 사고로 보행자나 운전자가 사고로 사망 또는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였다고 한다. 파리시의 조치가 좀 황당해 보이기도 하고, "사고가 났다고 전동 킥보드 자체를 금지하는게 말이 되느냐"라든가 "자동차 사고가 난다고 자동차 운행을 중지시키지는 않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파리 시내를 다녀 보면 전동 킥보드의 위험성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파리 시내의 보도와 차도, 자전거/킥보드 전용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그려 보면 아래와 같다.
2000년대 들어 '환경보전'이 화두가 되면서 파리에서도 차도를 줄이는 대신 인도 쪽을 넓히고, 인도의 일부분에 자전거/킥보드 전용로를 만들어 놓았다.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은 인도 쪽에서 보행자들과 섞이는 구조라 매우 조심하면서 천천히 달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은 깜짝 놀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잘못해서 부딪히기라도 하면 보행자가 큰 부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러한 현지 사정에 밝지 않은 외국인 여행자가 사고를 당할 우려가 매우 높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보행자들이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서는 자전거/킥보드 전용로를 횡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행자들은 신호를 기다리거나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자전거/킥보드 전용로를 수시로 횡단해야 하는데, 자전거나 킥보드 운전자들이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지나 다니기 때문에 언제든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이번 투표에서 89%의 주민들이 폐지에 찬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파리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2. 향후 전망과 우리나라 사례
해당 스쿠터 회사들은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7.5% 밖에 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파리시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투표율이 7.5%가 아니라 그 열배인 75%가 되더라도 폐지에 찬성하는 비율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체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대여용 전동 킥보드 외의 다른 개인용 모빌리티로 금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으리라 예상된다. (1) 대여용 전동 킥보드에 대해서도 존폐 여부를 주민투표에 붙이기 전에 파리시가 관련업체의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점, (2) 대여용 전동 킥보드는 폐지하기로 했지만, 개인 소유의 전동 킥보드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점, (3) 자전거(전기자전거 포함)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친환경 개인 모빌리티로 정착된 상태이고 전세계적으로도 계속 이용이 장려/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그렇게 판단된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행자가 느끼는 위험도는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나 별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향후 자전거(전기자전거 포함)로 인한 사고가 증가한다면 전기자전거 대여업체에 대해서도 안전조치 강구 지시 등 규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렌탈 서비스에 속하는 공유형 전동 킥보드가 한창 보급되고 있는 중이라서 존폐 여부를 논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시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가 보기에 흉할 뿐만 아니라 보행자들의 안전도 위협한다는 지적이 계속 되어 왔다.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례는 물론이거니와, 헬멧을 쓰지 않거나 2인 이상이 탑승하면서 사고 내지 위험 발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꽤 많다. 지금은 정부가 이용자에 대한 계도와 주차거치대 겸용의 충전소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동 킥보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질서가 조기에 정립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전동 킥보드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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